[ 아시아경제 ] 유엔 산하 국제원자력기구(IAEA) 이사회가 12일(현지시간) 이란이 핵확산금지조약(NPT)상 핵사찰 및 검증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IAEA 정기 이사회에서 이란이 안전조치협정(Safeguards Agreement)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내용의 결의안이 가결됐다. IAEA가 이란의 안전조치협정 위반을 공식 결의한 것은 핵위기가 고조됐던 2005년 이후 20년 만이다. NPT 체제 내에서 핵무기 비보유국은 IAEA와 전면안전조치협정(CSA)을 체결해야 한다.
이번 결의안은 프랑스, 영국, 독일, 미국이 공동 제출했으며, 35개 이사국 중 19개국이 찬성, 3개국이 반대, 11개국이 기권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대표를 던진 국가는 러시아, 중국, 부르키나파소였으며, 2개국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결의안은 "2019년 이후 이란은 IAEA에 여러 미신고 핵물질 및 핵활동에 대해 신속하고 완전한 협력을 제공하지 않았다"며 "이는 NPT에 따른 이란의 안전조치협정 의무 위반"이라고 명시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란이 핵시설로 의심받는 세 곳에서 검출된 인공우라늄 입자에 대해 납득할 만한 해명을 내놓지 못한 점이 핵심 쟁점이라고 분석했다. 인공우라늄은 자연상태에는 존재하지 않는 우라늄 동위원소로, 천연우라늄에 열중성자를 충돌시켜야만 생성된다.
앞서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지난 9일 열린 이사회에서 "이란이 바라민, 마리반, 투르쿠자바드 등 세 장소에서 핵물질과 관련 활동을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결론지었다"고 밝혔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또한 "IAEA가 이들 시설에 대해 설명을 요구했지만 이란은 성실하게 답변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관련 정보 삭제 시도를 포함해 IAEA의 검증 활동을 방해했다"고 지적했다.
IAEA는 이번 결의안에서 "이란이 핵 프로그램이 전적으로 평화적이라는 신뢰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 문제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관할할 수 있는 사안이 되었다"고 밝혔다.
다만, 안보리 회부를 위해서는 별도의 두 번째 결의안이 필요하다. 안보리는 안전조치협정 위반국에 대해 경제 및 외교 제재를 결정할 수 있으나,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와 중국의 반대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온다. IAEA는 자체적으로 해당 국가의 회원국 자격을 정지하거나 평화적 핵 활동에 대한 기술 지원을 중단할 수 있다.
IAEA는 과거에도 2005년 9월 이란의 핵 의무 불이행을 결의한 뒤, 2006년 2월에는 이 문제를 안보리에 회부할 것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이번 결의안 채택에 대해 이란은 즉각 반발했다. 이란 원자력청은 성명에서 "정치적 성격의 결의안에 대응해 고도의 보안이 확보된 새로운 농축시설을 비밀 장소에 건설하고, 고성능 원심분리기를 추가로 가동할 것"이라며 "이로 인해 농축 우라늄 생산량이 상당히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미국과 이란은 오만의 중재로 비공식 접촉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결의안 역시 "이란 핵문제 해결을 위한 외교적 접근과 미국·이란 간 협상 재개를 지지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핵협상을 중재하는 오만은 15일 자국 수도 무스카트에서 회담이 열린다고 이날 밝혔다. 6차 회담에서는 최근 미국이 제시한 첫 공식 합의안과 이에 대한 이란의 반응이 주요 의제가 될 전망이다. 구체적인 양측의 제안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란의 우라늄 농축을 허용할지가 최대 쟁점이다.
권재희 기자 jayf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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