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인공지능(AI) 프롬프트로 생성한 이미지는 저작권 보호 대상이 아니라는 내용의 판례가 중국에서 처음 나왔다.

24일 중국 공산당 중앙정법위원회에서 발간하는 법치일보에 따르면 장쑤성 장자강시 인민법원은 최근 AI 모델에 프롬프트만 입력해 생성한 이미지는 저작권 보호 대상이 아니라는 내용의 판결을 지난달 내렸다.

보도에 따르면 한 디자이너는 자신이 제작한 이미지를 도용당해 상업적 손해를 입었다고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중국 법원은 AI 활용 창작물에 대한 창작자의 기여가 없다며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판결 이후 원고와 피고 모두 항소하지 않고 다른 법률적 조치도 취하지 않았기에 이번 민사 사건 1심 판결은 판례에 준하는 법적 효력을 갖게 됐다.

앞서 원고인 펑모 디자이너는 2023년 8월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샤오훙수'에 '환상의 날개 투명 예술 의자'라는 제목의 시리즈로 AI 생성 이미지 17장을 차례로 공개했다. 이어 그는 "양산을 희망한다"는 내용의 글도 덧붙였다. 이를 본 피고 주모씨가 펑씨에게 디자인 협업을 제안했지만 펑씨는 다른 곳과 이미 계약하기로 했다면서 거절했다.

그런데 주씨는 이듬해 1월 펑씨가 올렸던 이미지를 차용한 투명한 의자의 사진을 SNS에 공개했다. 처음에는 '딸이 원해서 50만 위안(약 9795만 5000원)으로 나비 의자를 만들어줬다'고 했다가 이후에는 온라인을 통해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를 알게 된 펑씨는 저작권을 침해당하고 상업적 손해도 입었다며 주씨에게 20만위안(약 4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또 즉시 판매를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판사는 법정에서 창작과정을 재현하라고 요청했지만, 이전 작업할 때와 같은 프롬프트 단어를 사용했음에도 기존 SNS에 올라온 작품과 전혀 다른 작품이 탄생했다. AI가 수많은 이미지 중 무작위로 택해 생성한 콘텐츠는 최종적으로 생성된 그림은 원본과 상당히 달랐다. 더불어 저작권 침해 의혹이 있는 제품, 홍보 사진의 구체적인 표현방식은 펑씨의 작품과 현저히 다르기에 유사성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창작자가 자신의 창작물에 대한 저작권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창작적 기여가 있어야 한다면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고 피고의 손을 들어줬다.

또 단순한 프롬프트로 AI가 생성한 이미지는 창작물이 아닌, 아이디어에 불과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법치일보는 "이번 판결은 중국 내에서 AI 프롬프트 기반의 이미지를 창작물로 인정하지 않고 이에 따라 저작권 침해도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을 최초로 인정된 사례"라면서 "앞으로 관련 법률 분쟁에 새로운 판단 기준을 제시했다"고 진단했다.

김진선 기자 caro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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