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코로나19와 의정 갈등 상황을 겪으면서 우리 국민 10명 중 8명은 공공병원이 필요하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국민 상당수가 공공병원의 필요성과 그 기여도를 높게 평가하면서도 실제 이용률은 떨어졌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바이오헬스정책연구센터는 12일 발간한 '공공병원 기여도 인식과 이용 상충 원인 분석' 보고서를 통해 2023년 5월10~24일 전국 20~69세 성인 2200명을 대상으로, 작년 7월9~6일 같은 연령대 500명을 대상으로 두 차례 걸쳐 실시한 공공병원 인식도 관련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조사 결과 2023년에는 공공병원이 필요하다는 응답률이 83.7%(매우 필요 57.2% 포함)였다. 지난해에는 같은 응답이 76.2%(매우 필요 44.4%)로 다소 떨어졌지만, 10명 중 8명가량은 여전히 공공병원이 필요하다고 봤다.
신종 감염병 등 어떤 위기가 발생하더라도 공공병원에서 평소 지병이나 정기적인 필수의료를 상시 치료할 수 있다는 긍정적 기대는 2023년 58.8%에서 지난해 85.4%로 급상승했다. 공공병원을 통해 의료 취약지에서 필수의료 접근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같은 기간 53.6%에서 81.4%로 올랐다.
하지만 이런 기대와는 달리 평소 공공병원 이용률은 높지 않았다. 최근 3년 내 공공병원 이용률(본인 기준)은 2023년 37.0%에서 의정 갈등이 길어지던 지난해 조사에서는 40.2%로 소폭 올랐다.
특히 병이 위중할수록 공공병원을 찾는 이가 적었다. 지난해 일반질환자의 공공병원 이용률은 61%였지만, 중증질환자의 이용률은 14.2%에 불과했다. 중증질환자의 경우 공공병원을 이용하지 않는 사유에 대해 '평소 자주 가는 병원이 있어서(81.3%, 이하 복수 응답)' '거리가 멀거나 교통이 불편해서(50%)' '중증질환 치료가 부족할 것 같아서(15.6%)' '의료 시설과 장비가 낙후돼서(9.4%)'라고 답했다.
향후 공공병원 이용 의향(5점 척도)도 2023년 3.7점에서 지난해 3.8점으로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다.
연구진이 공공의료 정책 실무자, 지방의료원 경영자, 연구자 등 7명을 심층 인터뷰한 결과, 이들은 '공공병원 의료의 질'을 끌어올리는 게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한 인터뷰 참여자는 "국민경제 수준이 높아진 상황에서 비급여 진료를 줄이는 수준만으로는 공공병원을 찾을 이유가 줄어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바이오헬스정책연구센터는 "공공병원은 의료 질, 서비스 경쟁력, 정책적 역할, 시장 내 위상 모두에서 한계에 직면해 있다"며 "이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지역완결적 필수의료체계 설계와 공공병원의 역할 정립, 이를 지원하기 위한 디지털 기반 질 중심의 정책 전환 등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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