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금(金)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은행 골드뱅킹 잔액도 역대 최대를 기록하는 등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미국의 관세 정책으로 인한 경기 불확실성으로 올해 들어서만 금값이 31% 올랐는데 시장에서는 여기서 가격이 더 올라갈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하다.
23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전일 오후 기준 온스당 금 가격은 3483.6달러로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 1월2일 온스당 2647.6달러였던 금값은 불과 4개월 사이에 31.5% 급등했다. 작년 초 온스당 2022달러였던 금값은 1년4개월 사이에 72.2% 올랐다. 같은 기간 국내 증시는 물론 미국 증시보다도 수익률이 월등히 높다.
금값이 오르면서 국내에서도 금에 투자자들이 몰리는 중이다. 지난 17일 기준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우리은행의 골드뱅킹 잔액은 1조649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골드뱅킹은 통장 계좌를 통해 금을 사고팔 수 있는 상품이다. 3개 은행의 잔액은 올해 들어 연일 최대치를 경신 중이다. 5대 은행 중 하나은행과 NH농협은행은 골드뱅킹을 취급하지 않는다.
은행 골드바 역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잘 팔린다. 5대 은행의 골드바 판매액은 지난 17일 기준 1747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판매액을 넘어섰다. 월별 골드바 판매액은 지난해 11월 150억9200만원, 12월 187억7000만원, 올해 1월 270억3100만원 등으로 점차 늘다가 2월에는 882억9300만원까지 폭증하면서 은행 골드바가 품귀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골드바의 경우 한때 품귀가 일어날 정도로 없어서 못 팔 정도였다"며 "지금은 다시 판매되고 있지만 수요가 여전히 많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금값이 작년부터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음에도 투자가 지속해서 늘어나는 것은 금 가격이 여기서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금값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는 미국의 관세 정책으로 인한 경기 불확실성에 따른 대체 수요 증가,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현상, 중국 인민은행을 비롯한 신흥국 중앙은행들의 금 매입 지속 등이 꼽힌다. 특히 올해 금값 상승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 발표 이후 지속되고 있는 글로벌 경기 불안에 대한 우려가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황병진 NH투자증권 리서치부장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고조된 글로벌 관세 전쟁과 정치, 경제 불확실성이 통화정책의 '긴축'보다 '완화' 가능성을 강화했다"며 "이는 대표 안전 자산이자 인플레이션 헤지(위험회피) 자산인 금의 가치를 거듭 끌어올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최예찬 상상인증권 연구원도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 상황이 고조되면서 금 가격은 역사적 고점을 재차 경신했다"며 "중국이 미 국채를 팔고 금을 지속해서 매입하고 있는 것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관세 불확실성과 미·중 갈등,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 등이 지속되면서 금값이 추가로 오를 것으로 봤다.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올해 금 가격이 37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봤고, 내년 중반에는 4000달러까지도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황 부장은 "Fed의 통화정책이 완화 기조가 유지되는 한 사상 최고 금 가격 강세 사이클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올해 금 가격 목표를 온스당 3300달러에서 3600달러로 상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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