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이재명 대통령과 재계의 첫 공식 회동을 앞두고 주요 그룹이 대규모 투자에 나설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부문 사장단 회의를 긴급 소집한 것으로 전해졌다. 새 정부 출범을 계기로 대통령이 먼저 재계와의 접점을 마련한 데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초청국 자격으로 참석을 앞둔 시점이라는 점에서 정부와 기업 간 실질적인 조율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이 대통령은 13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5대 그룹 총수와 6개 경제단체장을 초청해 경제인 간담회를 열었다. 지난 4일 취임 이후 재계 인사들과 공식 석상에서 만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문재인 정부가 인수위원회 없이 취임 49일 만에 기업인들과 회동했던 것과 비교하면, 이 대통령의 행보는 이례적으로 빠르다는 평가다.
새 정부가 출범 열흘 만에 재계와 접점을 마련한 만큼 기업들도 내부적으로 투자 계획 검토에 나선 분위기다. 정권 초기에 맞춰 대기업들이 대규모 투자 계획을 내놓은 관례를 감안하면 이번 회동을 계기로 유사한 발표가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은 최근 외부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사장단 회의를 연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업황 부진과 실적 하락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반도체 부문에 대한 대규모 투자 발표가 내부적으로 검토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 측은 "아직 공식적으로는 논의된 바 없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과거 사례를 보면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삼성, SK, 현대차, LG, 롯데, 한화 등 10대 그룹이 총 1055조원 규모의 중장기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삼성은 당시 반도체·바이오·차세대 정보통신 기술 등 미래 전략 산업에만 45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문재인 정부 당시인 2018년에도 삼성과 SK, 현대차 등이 300조원 안팎의 투자 계획을 공개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인 2013년에는 30대 그룹이 155조원,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2008년에는 95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이 발표됐다.
다만 최근 경기 불확실성과 맞물리며, 기업 내부에서는 부담감과 함께 일부 회의적 분위기도 감지된다. 재계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 임기 5년에 맞춰 투자안을 준비했지만 '계엄 해프닝'으로 투자 타이밍이 꼬였다"며 "각 그룹들이 이미 대규모 투자 계획을 다 발표한 상황에서 추가로 짜낼 여력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동에 참석한 경제단체장들은 통상과 경제 현안에 대한 건의사항을 전달했다. 회동 참석을 위해 스위스 출장 일정을 앞당긴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은 회동에 앞서 아시아경제와 통화에서 "통상문제를 잘 풀어야 한다. 우리의 교역 대상이 미국과 중국에 편중돼 있는 만큼 통상 다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윤진식 한국무역협회장도 유사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무협 관계자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앞두고 있고 이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날 가능성도 있다"며 "한국이 미국의 첨단 산업 재건에 기여할 수 있는 파트너라는 점을 부각하면서 유연한 통상 전략을 정부에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 밖에 대한상공회의소와 중소기업중앙회 등은 국내 투자 활성화를 위한 규제 개선과 인력난 해소, 탄소중립 전환에 따른 지원 확대 등을 건의했다.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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