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광주 KIA전에서 6이닝 동안 무려 11개의 삼진을 잡아낸 고영표를 두고 상대 타자들은 "공이 오다가 사라지더라"며 감탄했다.
이날 고영표를 상대했던 최원준은 "그의 체인지업은 오타니 쇼헤이(31·LA 다저스)도 못 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야구하면서 이렇게 느낀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완벽했던 공이었다고도 덧붙였다.
이범호 KIA 감독도 "상대 선발 투수(고영표)의 구위가 좋았다"고 칭찬했다.
체인지업은 사이드암스로 고영표의 주무기다.
타자 앞에서 뚝 떨어지는 공에 타자들은 속절없이 방망이를 헛돌린다.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고영표의 체인지업 구종 가치는 14.4점이다.
KBO리그 이 부문 2위 아리엘 후라도(삼성 라이온즈, 9.9)를 큰 차이로 앞서고 있다.
고영표는 15일 KIA전에서 99개의 투구 가운데 무려 54개의 체인지업을 던져 11개의 삼진을 잡아냈다.
고영표는 지난 20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에서도 100구 중 체인지업 55개를 던져 9이닝 7탈삼진 무실점 완봉승을 거뒀다.
볼넷도 사구도 없는 무4사구 완봉이었다.
올 시즌 고영표의 성적은 5경기 2승 무패 평균자책점(ERA) 1.65(32와 3분의 2이닝 6실점).
ERA는 팀 동료 소형준(1.44)에 이어 국내 선수 2위이고, 이닝 소화 수도 임찬규(LG 트윈스·33과 3분의 2이닝) 다음으로 국내 선수 중 가장 많다.
탈삼진 39개는 국내 선수 중 1위다.
리그에서 5경기, 30이닝 이상 던진 선수 중에선 압도적으로 볼넷(5개)이 적다.고영표는 올 시즌 호투의 원동력으로 '체인지업의 부활'을 꼽았다.
"지난해엔 체인지업이 밋밋해서 타자들에게 좋은 먹잇감이 됐다"라고 돌아본 그는 "구위를 회복하기 위해 투구 타이밍을 고민했다.
이강철 (KT) 감독님, 코치님과도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원하는 타이밍에 힘을 전달해야 하는데 부상을 당하면서 쉽지 않았다.
올해는 체인지업 구위를 회복해서 경기를 잘 풀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자동투구판정시스템(ABS) 스트라이크 존이 지난해에 비해 1㎝ 가량 낮아졌다.
고영표는 지난겨울 대비책을 마련했다.
미세하게 투수판을 밟는 위치를 달리하며 로케이션을 조정한 것이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고영표는 '토종 에이스'의 구위를 되찾았다.
지금 이 컨디션이라면, 세계 최고의 야구스타 오타니와의 대결도 기대되지 않을까.
고영표가 내년 3월에 열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 선발된다면, 일본 대표팀으로 나설 오타니와의 맞대결 가능성도 생긴다.이에 고영표는 "세계 최고의 타자(오나티)를 언급해준 최원준에게 고맙다.
칭찬을 들어서 기분 좋다"라면서 "상상이지만, (오타니에게) 헛스윙 한 번은 끌어낼 수 있지 않을까.
오타니도 사이드암 스로가 던지는 체인지업을 많이 보지 못해서 어려워 할 것 같다.
대처가 쉽지 않고 희귀한 구종이다.
(WBC까지) 좋은 구위를 유지해서 붙어보고 싶다"라며 열의를 다졌다.
수원=윤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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