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경주 망성리 가마터에서 '황룡(皇龍)' 글자가 새겨진 기와가 처음으로 발견됐다. 이곳에서 생산한 기와가 고려 시대 황룡사에 공급됐음을 증명하는 유적으로 평가된다.
국가유산청과 국가유산진흥원은 발굴 조사가 진행 중인 '경주 망성리 384번지 유적'의 기와 가마터에서 '황룡 명 문자기와'가 발견됐다고 12일 밝혔다. 가마터는 황룡사지에서 남서쪽으로 7㎞ 정도 떨어져 있다. 소성실(토기가 구워지는 곳)과 아궁이 일부만 남아 있으나 가마 안에서 다량의 기와 조각과 기와를 겹겹이 쌓은 흔적이 발견돼 당시 기와를 대량 생산했다고 여겨진다.
출토된 기와는 길이 17㎝, 너비 15㎝의 작은 암키와 조각이다. 세로선 사이에 예서풍의 '황룡' 글자가 왼쪽과 오른쪽이 바뀐 채 돌출돼 있다. 이는 황룡사 남문지 동편 건물지와 강당지 북동편지구 출토품, 동아대 박물관 소장품 등과 같은 형태다.
황룡 글자가 새겨진 기와가 공급지인 가마터에서 나오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국가유산진흥원은 "고려 시대 경주 황룡사에 실제로 공급됐음을 증명하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설명했다.
황룡 명 문자기와는 글자 주변에 테두리가 없이 문양과 문자만 있는 형태다. 10세기 후기부터 13세기 전기에 제작됐다고 추정된다. 고려사 예종 원년(1106년)의 황룡사 중건 기록과 일치해 이 가마터가 고려 시대 황룡사의 수리와 보수에 쓰인 기와의 주요 생산지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국가유산진흥원은 "망성리 일대 가마터는 통일신라 시대에도 궁궐, 황룡사, 사천왕사 등에 기와를 공급했다고 추정돼왔다"며 "이번 유적은 고려 시대까지 그 명맥이 이어져 왔음을 보여준다"고 부연했다. 이어 "당시 기와 공급 체계를 밝힐 수 있는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국가유산진흥원은 오는 18일 오후 망성리 유적에서 현장 설명회를 열고 이번 출토 성과를 일반에 공개한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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